2002년 부터 2020년 3월까지 쓰던 내 방. 선거가 있던 15일날 투표하러 가는 김에 집에 들렀다. 내 방은 동생의 침실로 바뀌어 있었다. 독립하고 새로운 곳에 적응도 어느 정도 됐다. 점네는 자기 공간이 넓어져서인지 매일 여기저기 다니며 신났다. 집에 다녀온 이후 며칠을 상실감에 시달렸다. 내 방이 나한테는 정신적인 은신처였다. 세상에서 뚝 떨어져 나온 섬이었고 점네와 내가 안전하게 숨어있던 둥지였다. 그래서 엄마가 퇴거 명령을 내리셨을거다. 방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오는 완벽한 도피처였으니까. 동생 물건으로 채워지고 내 흔적은 내가 남기고 온 책들 밖에 없다. 독립한다는게 집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구나 깨닫는다. 내가 의지하던 공간이 사라져 버린 허탈감, 상실감이 며칠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. 생각보다 내가 내 방을 의지하고 있었던건지. 집에 더이상 내 공간이 없다는 사실에 슬퍼진건지 모르겠다. 지금 살고 있는 곳에 정을 붙히자 생각은 하지만 점네가 좋아하다는 것 빼고 아직은 낯설다. 이곳도 언젠가는 떠날 곳이니 정붙히는 것도 말이 안되기도 하고. 더이상 내게 안전하다고 느낄 작은 공간이 사라져버린게 아직도 허하다. 내 방도 사실 엄마 집에 얹혀사는 것이었는데 왜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느낌이 드는지.